손골편지 스물세 번째


손골편지 스물세번째

 

지상에도 있고 천국에도 있는 것이라면 그건 꽃이 아닐까요? 요즘 우리 성지에는 꽃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밤새 누군가 성지에 화려한 그림을 그려놓고 가시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얼마 전에는 마을 주민들이 성지에 와서 진입로 옆 화단을 말끔히 정리하고 꽃과 나무를 심어주셨습니다. 물론 신자분들도 계셨지만 신자도 아니면서 성지 주위에 사신다는 이유로 성지를 사랑으로 가꾸시는 모습에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그렇죠. 성지가 어찌 천주교만의 자산이겠습니까?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것이죠.

성지로 올라오는 길에 보게 되는 벽화, 우리 성지를 주제로 한 벽화는 전 마을 대표님이 당신의 담에 직접 그리셨는데 그분도 천주교 신자는 아닙니다. 참으로 고맙고 고맙습니다. 당연히 저도 마을의 일에 동참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4일 부활 성야에는 새 오르간이 선을 보였습니다. 그동안 중고로 우리 성지에 와서 20년 동안 소리를 내준 옛 오르간은 떠났습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이제 젊은 오르간이 이어받아 전례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겁니다. 우리 반주 봉사자님도 새 오르간과 어서 친해지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성지 홈페이지가 부활절에 열렸습니다. songol.or.kr입니다. 아직은 가구가 들어오지 않은 새 아파트 같아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차근차근 단단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 번 구경들 오세요. 신생 홈페이지라서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셔야 검색 목록의 상단에 자리할 수 있다고 하네요.

야외 화장실의 오래된 배관을 청소했습니다. 그동안 자주 막히던 고질적 현상이 드디어 해결됐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속도 뻥 뚫렸으면 좋겠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관리장으로 수고해 준 베드로 형제가 개인상의 이유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아쉬움과 함께 그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15일에는 세계청년대회의 상징인 십자가와 성모성화가 우리 성지에 오셨다 가셨습니다. 평소보다 많은 교우분들이 미사에 오셔서 십자가와 성화를 맞이하고 경배했습니다.

세계를 순회 중인 십자가이고 성화이지만 그로 인해 세계인의 손자국이 묻어있는 그 자리에 우리 손의 흔적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세계청년대회가 열리는 내년 8월에는 우리 성지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찾아오리니 잘 준비하겠습니다.

현재 십자가의 길을 한창 가꾸고 있습니다. 우선 14처 상을 단장하고 있습니다. 아랫단을 안정적으로 꾸미고 있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의 길 옆 공터, 방치되었던 그 자리를 평탄하게 고르고 주위에 목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 나무토막들은 지난 폭설 때 쓰러진 나무들을 자른 것입니다. 죽어서도 좋은 역할을 해주는 나무들에 고맙습니다. 그리고 14처 옆길은 전보다 넓혀서 훤해졌습니다.

사무실 앞 잔디밭에 있던 벤치 두 개를 공터로 올려놓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곳은 별 쓸모없던 공터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앉아 머물 수 있는 쉼터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석재 파고라가 빠져나간 잔디밭은 시각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넓어졌습니다. 그로 인해 더 많은 차량이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순례객이 많이 몰리는 날에는 1.2.3 주차장은 물론 잔디밭에도 차를 대야만 하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포화상태를 경험해 왔습니다. 성지 신부인 제 입장에는 먼 길 오신 순례 교우들에게 죄송할 따름이었습니다.

성당은 수용가능한 좌석이 108석인데 며칠 전에는 미사에 150분이 오셨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차 한 대에 평균 두 분 이하로 타고 오시는 터라 주차 문제가 심각했습다. 조금이라도 순례 교우들이 덜 불편하게 성지에서 머물다 가시기도록 더 맘쓰고 애쓰겠습니다.

4월 8일에는 귀한 분을 모셨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준비해 온 ‘손골 마리아’님께서 오셨습니다. 재작년 폭설로 나무가 부러지고 뽑힌 자리에 마리아 동산을 조성하고 기다려왔는데 드디어 오셨습니다.

정성을 다해주신 한진섭 요셉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축복식은 5월 2일 성모신심미사 후에 수지지구장 서북원 베드로 신부님 주례로 거행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밝히고 감사를 드려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지난 순교자 현양대회는 예년보다 훨씬 많은 교우들이 참석했습니다. 오신 모든 분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하고 170여 명의 복사단에게 선물을 주었습니다. 그로 인해 예년에도 수입보다는 지출이 많은 행사였지만 올해는 빵꾸가 좀 많이 났습니다. 그래도 돈으로 인한 후회나 아쉬움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양 대회의 재정 보고를 들은 수지지구의 본당신부님들이 백만 원씩 갹출하여 부족분을 메꿔주셨습니다. 그 형제애에 어찌나 고맙던지 속으로 눈물이 다 났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동천동 성당에는 새 오르간의 구입 비용, 그 큰 금액을 전액 부담해 주었습니다. 이런 사랑빚을 어찌 갚아야 할지…

오시는 모든 분들이 편히 맘도 쉬고 숨도 쉬고 은총을 채워서 돌아갈 수 있는 성지를 가꾸도록 더욱 힘쓰겠습니다. 어른들께서 ‘빚힘에 산다’고 하셨는데 그 말, 정말 맞습니다.

성모성월인 5월입니다. 후원자님과 그 가정이 포근하고 여유롭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어느 성지라도 좋으니 가깝거나 혹 먼 곳이라도 순례를 다녀오시면 어떠실런지요? 혹시 압니까? 천사가 성지 순례의 발걸음을 금으로 된 자로 재고 있으실지 말입니다.

 

손골성지에서,
다미아노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