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골편지 스물여덟 번째


손골편지 스물여덟 번째
 
몇 년 전, ‘프랑스에서는 미세먼지 수치가 50을 넘으면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는 허구한 날 그놈의 미세먼지가 50을 훌쩍 넘어 100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저 멀리는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평균 시력이 4.0이라는 몽골사람이 와도 소용없지 싶어요.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의 시계가 엄청납니다. 성지가 살짝 높은 곳에 위치한 지라 시야가 트였는데 아주 멀리까지 잘 보입니다. 가슴마저 탁 트이는 기분입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도 주욱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19일에는 손골성지 봉사자의 날 행사가 있었습니다. 성지에서 봉사하시는 분이 50여 분 되는데 먼 곳에서 온다는 점에서 성당의 봉사와는 다릅니다. 이분들 덕분에 성지가 돌아갑니다. 늘 고맙습니다. 
같은 날, 프레체스 합창단의 콘서트가 있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인 콘서트였는데 적지 않은 기부금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수해를 입은 네팔로 보냈습니다. 학교가 완전히 진흙에 묻혀서 모든 것이 쓸모없게 돼버렸습니다. 그 학교를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모든 물품들을 준비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합창단이 연습으로 흘린 땀과 노래가 이웃 나라에서는 눈물로 전해지니 참으로 귀한 콘서트였습니다. 
스승님께서 ‘돈의 귀천은 없다. 그러나 그 씀씀이에 따라 귀한 돈, 천한 돈으로 갈린다.’라고 하셨습니다. 맞지요, 돈은 그대로인데 귀한 사람이 쓰면 귀한 돈이 되고 천한 사람이 쓰면 천한 돈이 되니 스승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이번 달에는 프레체스 합창단에 이어,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며 여는 콘서트가 10월 10일 토요일 12시에 성지 잔디밭에서 열립니다. 이에 질세라, 손골 루멘 관현악단은 10월 24일 토요일 12시에 성지 성당에서 공연을 합니다. 아름다운 가을을 음악으로 물들이는 잔치입니다. 놀러들 오세요.
 
지난달에는 귀한 선물이 들어왔습니다. 매년 손골성지가 속한 수지지구의 8개 본당에서 9월의 마지막 주일에 2차 헌금을 모아 보내주십니다. 그 봉헌금은 우리 성지 예산의 10%에 해당되는 매우 큰 애정입니다. 작은 규모의 성지로서는 숨통이 트이는 9월 말을 기다립니다. 생일을 기대하는 아이처럼 말이죠. 
9월은 순교자성월인지라 가장 많은 교우들이 성지를 방문하는 달입니다. 개인과 단체들, 특히 반모임과 레지오에서 많이들 오셨습니다. 오메트르 쉼터의 회합실에서 반모임과 주회합을 하시기도 하는데 미리 연락만 해주시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다만 겹치면 곤란하니 먼저 예약하신 분이 사용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오메트르 쉼터는 사무실 앞 잔디밭에 있던 가건물이었는데 철거하고 개울 위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년 3월에 옮겼는데 경치도 좋은 데다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옮기길 참 잘했습니다.
 
손골마리아상은 입소문을 탔는지 마리아 동산으로 계단을 오르는 교우들이 많습니다. 특별히 홍보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손골성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후원회원 모집을 위해 다른 본당을 나간 적도 없습니다. 그냥 저로서는 도심 속의 쉼터, 나만 알고 싶은 정화와 회복의 성지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입니다. 
손골마리아 동산은 밑에서 보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올라가 보면 밑에서 볼 때와 전혀 다른 풍광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마리아와 함께 세상을 내려다보며 한탄도 하고 감탄도 하며 머물다 내려오면 그걸로 족하다고 여깁니다. 게다가 요즘 한창 도토리와 밤도 떨어지고 있으니 주우셔도 되고요. 산에 다람쥐가 없어서 다 가져가셔도 됩니다. 
시월은 ‘묵주기도 성월’입니다. 묵주를 들고 동산에 올라 성모님과 함께 머물다 가시면 참 좋겠습니다. 어느 성당, 어느 성지도 상관없구요. 이 아름다운 달을 만끽하시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11월에 뵙겠습니다.
 
다미아노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