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골편지 스물일곱 번째
그렇게 더웠던 여름이 가고 있습니다. 정말 징글징글하게 더웠습니다. 그 폭염이 가시니 가뭄도 오고 폭우도 내렸습니다. 그래도 아무런 재해 없이 무사히 여름을 넘겨서 정말 다행입니다. 누구보다도 성지 고양이들이 좋아할 겁니다. 털옷을 입고 여름을 지냈잖아요.
자잘한 문제들이 있기는 했습니다. 쉼터의 에어컨과 성당의 에어컨을 손봐야 했는데 금방 고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제관의 보일러가 터져서 역시 수리했습니다. 배관이 여름에 터지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성지가 있는 광교산 자락에 없는 것이 두 가지가 있더라구요. 하나는 멧돼지입니다. 고라니야 수시로 내려오는데 다행히도 위협스런 멧돼지는 없습니다. 동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멧돼지는 예전부터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저의 경우 예전에 멧돼지와 마주쳤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놀란 것은 저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겁을 한 건 멧돼지였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ㅋㅋ
대신 산에 들개가 삽니다. 산에 사니 들개가 아니라 산개라고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얼마 전에는 새끼 두 마리가 쫄래쫄래 무명 순교자 묘지로 내려왔더라구요. 아마 어미는 근처 어디엔가 있었겠지요. 이 들개들이 동네에서는 골칫거리입니다. 집에서 방목하는 닭들을 죽였거든요. 성지의 고양이도 한 마리 물려 죽었습니다. 그리 달가운 친구들은 아닙니다.
또 하나는, 신기하게도 이 맑은 개울에 가재가 없습니다. 웬만하면 있을 것 같은데, 오염원도 없는데 가재는 없습니다. 그래서 열 마리를 방생했습니다. 남한산성 성지에서 데리고 왔습니다. 어서 자리를 잘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재 식구들이 늘어나서 성지에 온 아이들이 돌을 들추고 가재 잡고 놀면 얼마나 좋을까요. 당연히 도로 놔줘야만 하구요.
우리 성지에서 음악 봉사를 하는 팀이 여럿입니다. 포도나무 찬양단, 프레체스 합창단, 요한 데레사 부부, 아벤투스 찬양단, 손골 루멘 앙상블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번 달부터 위더스 남성 중창단이 첫 토요일 미사에 음악 봉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수지지구의 성당들에서 모인 형제님들인데 참 감사합니다. 그래서 성지 음악 봉사를 하는 단체가 총 여섯 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토요일에 봉사하는 프레체스 합창단이 9월 19일 토요일 12시, 정기 연주회를 합니다. 작년에 이어서 두 번째 하는 콘서트입니다. 올해도 많은 신자들에게 따스한 감동을 주는 행복한 연주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연주회가 끝나면 13시부터 봉사자의 날이 이어집니다. 그동안 성지의 전례를 위해 정성으로 봉사하신 모든 봉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뜻과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이분들이 없으면 성지가 어찌 돌아갈 수 있을까요? 너무너무 고마운 분들입니다.
내년 여름에는 세계청년대회 WYD가 한국에서 열립니다. 전 세계에서 많은 청년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우리 성지를 방문하리라 예상합니다. 그 준비를 위해 얼마 전 담당 주교님과 교구의 모든 성지 신부님들이 모임을 가졌습니다.
우리 성지도 운영위원들과 봉사자들과 함께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설한 홈페이지와 안내서를 다국어로 번역하고 QR코드를 활용하여 주요 위치마다 핸드폰만 있으면 여러 언어로 설명을 읽을 수 있도록 마련하는 일이라 여깁니다. 당연히 폭염이나 폭우 등 대비해야 할 것을 대비하겠습니다. 아울러 통역과 안내 등 많은 봉사자들이 필요하리라 여깁니다.
선조 신앙인들이 삶의 터전을 이룬 곳에서 선교 사제들이 적응기를 가졌고 지친 사목자들이 쉬었다 갔던 역사적 자리에 이제는 젊은이들이 세계에서 모여듭니다. 청년들이 정화와 회복을 위해 몸도 쉬고 맘도 쉬고 숨도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잘 마련하겠습니다.
더욱이, 인터넷을 활용해 복음을 전한 디지털 시대의 젊은 성인이시며 2027년 세계청년대회의 공식 수호성인이신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의 유해를 수원교구 대회 기간 중 손골 성지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큰 영광으로 여깁니다.
순교자 성월입니다. 목숨 바쳐 신앙을 증거한 선조들의 믿음을 기리고 받드는 한 달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맛집을 기행하거나 멋진 곳을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성지들을 방문하여 순교자의 얼을 느끼고 머금는 순례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좋은 계절 가을을 만끽하시고 시월, 묵주기도 성월에 뵙겠습니다.
다미아노 신부 Dre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