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골편지 세 번째


손골편지 세번째
 
찬미예수님,
여러분이 사랑을 보내주시는 손골 성지에서 부치는 세 번째 편지입니다.
 
매미 소리가 들립니다. 매미는 수박과 함께 여름의 상징이기는 하지만 소리가 커도 너무 큽니다. 그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런 우렁찬 소리가 나오는지 신기할 뿐입니다(편지가 닿을 때면 매미들은 없겠지요).
매미 소리를 들으며 이런 생각해봅니다. ‘얘들은 왜 하필이면 여름의 한복판에서 소리를 질러댈까? 7년을 땅 속에서 기다렸다가 나온 7일이라며…’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어진 일주일동안 땡볕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할 일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방 안에서 에어콘 틀고 편히 앉아서 편지를 쓰는데 지금도 매미는 바깥에서 ‘맴맴맴’하고 있습니다.
매미만 그러하겠습니까? 다른 누군가는 이 뙤약볕 아래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은 쉴 때는 쉬고 놀 때는 놀아야겠지만, 매미가 저의 게으름을 깨우는 것만 같아 부끄럽기도 합니다.
 
지난 8월 8일은 손골성지의 초대 신부님이신 윤민구 신부님의 축일이었습니다. 신부님은 2005년부터 13년 동안 성지를 일구느라 애쓰셨기에 은퇴하신 신부님을 성지로 모셔서 함께 미사도 드리고 식사도 대접했습니다. 제자인 저도 은사님을 오랜만에 뵈었습니다.
신학생 때 윤 신부님께 사목신학을 배웠습니다. ‘신부는 절대 목자가 아니다. 예수님만이 목자시다. 신부는 그 곁의 양몰이 개 정도 될 것이다.’ 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가르침입니다.
한번은 신부님께서 한국 성인들에 대한 레포트를 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배당된 성인은 하필이면 도리 신부님이었습니다. 쓴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작성했다는 사실만은 기억납니다. 두 달 전 이곳 손골성지로 발령 받자마자 그 레포트가 기억의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이곳이 성지인 이유는 도리 신부님께서 이곳에 250일간 머무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순례자들에게 도리신부님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 레포트가 이제야 완성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년 만에 말이죠.
도리 신부님은 건강이 안 좋으셨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 먼 곳까지 오신 선교의 열정을 제가 성지신부로서 제대로 배우고 살아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 매미가 다시 소리를 지르네요.
 
9월입니다. 가을의 입구에 섰습니다. 또한 순교자성월입니다. 근처 어느 성지라도, 순교자의 피와 얼이 담긴 곳으로 떠나심이 어떠실런지요.
우리가 편하게 신앙생활하고 있는 건, 선교사님들이 안락함과 익숙함을 버리고 조선까지 죽으러 오셨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훌륭한 신앙을 물려받은 건, 선조님들이 재산과 자식까지 그리고 목숨마저도 포기하셨기 때문입니다.
성지를 순례하며 나 역시도 신앙을 일구고 가꾸어 후대에 물려줄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또한 믿음 안에서 주님의 안내를 받아 앞으로 걸어가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다미아노 신부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