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골편지 두번째
찬미예수님.
여러분이 사랑을 보내주시는 손골 성지에서 이 다미아노 신부가 부치는 두 번째 편지입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오늘입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의 소리가 우렁차졌어요. 다행이 성지에는 큰 일이 일어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지역과 사람들에 대한 소식에 성호가 긋게 됩니다.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은 7월 18일, 제가 이곳에 온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입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어요.
주교님께서 다음 발령지에 대한 언질을 주셨을 때가 기억나요. 저는 2009년을 끝으로 본당신부가 아닌 특수사목만 맡아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15년 만에 본당신부를 맡겠구나.’ 내심 기대해왔어요. 직장인의 꽃이 승진이라면 신부들의 꽃은 본당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주교님께서 저에게 “성지에 가게 될 거야.” 이러시는 게 아니겠어요? ‘아, 또 성당은 못 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어요. 하지만 금세 아주 좋은 기회라고 여겨지더라고요. 그래서 “감사합니다, 주교님.”하고 말씀드렸어요.
주교님의 말씀을 들은 후 시간이 지날수록 성당에 못가는 아쉬움보다는 성지에 가는 설렘이 더 커지기만 했어요. 일생일대의 찬스만 같았어요. 내가 성지에 가다니…
저는 마지막 본당신부를 할 때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교우들과 성지순례를 다녔어요. 본당에는 승합차가 없어서 제 차를 승합차로 일부러 바꿨어요. 그리고 일주일에 교우들을 모시고 성지를 다녔어요. 너무너무 좋았어요.
성지순례의 예약은 반년이나 밀렸고 다른 본당 교우들까지 신청해서 정중히 거절한 경우가 생기기도 했어요. 교우들도 좋아하고 저도 성지순례하는 날이 기다려졌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예 성지에서 살게 됐네요. 저 스스로 인사발령에 대한 복이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은 정말 달라요. 생각할수록 복권 당첨된 것 같애요. 정말 잘 살아보고 싶어요.
한 달을 살아보니 성지 미사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더라고요. 수도원에 온 것처럼 경건하고, 제단에서 바라보면 마주치는 눈이 초롱초롱하다 못해 반짝입니다. 그런 분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니 자연히 저도 정성을 다 하게 되고 강론 준비에 애쓸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하죠. 오늘도 이 장대비를 뚫고 강원도에서 오신 순례자 부부가 계셨는데 족히 일흔은 돼보였어요. 그러니 어찌 제가 수고를 마다할 수 있겠어요. 사제는 직무로써 성화된다고 했으니 이 성지에서 드리는 미사성제로 저도 조금은 거룩함에 물들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 성지에 와서 주차장을 좀 손 봤어요. 바퀴에 흙이 묻어나던 땅이었는데 석분과 모래를 깔아서 조금은 나아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주차장이 협소하여 순례자가 50명만 넘어도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에요. 오시는 분들이 불편함 없이 영적인 쉼을 누리다 가실 수 있도록 고민하고 기도하겠습니다.
장마기간에 건강히 계시고요, 다음 편지에 뵙겠습니다.
다미아노 신부 Dre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