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골편지 열세 번째


손골편지 열세 번째
 
어느새 철이 네 번 지나고 달이 열두 번 바뀌었습니다. 제게는 손골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여름이니 이곳에 부임한 지도 일 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자고 일어났을 때 저를 반겼던 물소리와 새소리를 기억합니다. 자연의 알람, 그 상쾌한 소리에 눈을 뜨곤 했는데 지금도 그 소리는 여전합니다.
 
가만히 지난 일 년을 돌아보았습니다. 성지 사목에는 초짜인 터라 초기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가늠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저를 이곳으로 부르셨으니 주어진 소명이 있으리라는 믿음은 있었습니다.
조금 지내보니 순례 교우들이 겪고 있는 주차의 어려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진입로의 어려움은 ‘원래 천국에 이르는 길은 좁고 그 문은 비좁다’는 말로 둘러댈 수 있지만 협소한 주차장은 딱히 핑계거리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올해 초 성지 옆 공터를 주차장으로 임차함으로 한숨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순례 교우들이 성지에 와서 느긋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상황도 올해 초 오메트르 쉼터를 새 단장함으로써 많이 해결되었습니다. 쉼터 한쪽에 마련된 회합실에서는 반모임이나 레지오 회합도 하고 있습니다. 은밀하게 청소하거나 커피를 기증하는 은인들이 계셔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운영위원장과 5분의 운영위원들로 성지운영위원회와 자문위원단을 새로이 구성하였고, 봉사단도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목자인 저에게는 천군만마 같은 분들입니다. 이분들의 헌신이 없다면 성지는 힘 풀린 팽이처럼 비틀댈 겁니다. 특별히 정재훈 요셉 운영위원장과 변시란 레지나 봉사단장께 고맙습니다. 그리고 새 사무장 이유리 말지나 자매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라는 말이 있지만 이곳은 도시로 둘러싸인 숲속성지입니다. 차로 3~40분 내에 도시들이 동서남북으로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성지가 현대 도시생활을 하고 있는 교우들에게 제공해야 할 사목적 역할이 있고 그것은 영적인 쉼이라고 여깁니다.
우리 사회 안에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의 원인은 ‘속도’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동안 빠름은 발전의 동인이 되기도 했지만 단절과 부적응이라는 필연적 결과도 낳아 왔습니다. 음악에 쉼표가 있고 도로에는 과속방지턱이 있듯 우리 삶도 어디선가는 늦추고 멈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 환경을 마련하고 정화와 회복의 은총을 전달하는 의무가 성지 사목자에게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여행이나 맛집으로는 해소될 수 없는 근본적이고 영성적인 위로와 용기를 채워갈 수 있는 성지를 가꾸도록 애쓰겠습니다.
 
성지에서 2년 차를 맞는 제가 하느님의 의중을 잘 살펴 무엇을 해나가야 하는지를 제대로 살피고 그 일에 지치지 않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원래가 좋은 신자는 좋은 신부가 만들고 좋은 신부는 좋은 신자가 만드는 법 아니겠습니까?
이열치열이라지요? 이 더위를 더 뜨끈한 열정으로 극복하시고 매일매일 성장하는 우리가 되기를 희망하며 7월의 인사를 마치겠습니다.
 
다미아노 Dream

*성지에 순례 오셨을 때 제게 성지의 후원자라고 말씀만 하시면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싶습니다.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