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골편지 스물두 번째
겨울이 되면 산이 낮아집니다. 아마도 산의 나무들이 이파리가 떨어져 가늘어졌기 때문이겠지요. 요즈음 여기저기에서 새잎과 새순이 돋고 있으니 조만간 산도 다시 높아지리라 여깁니다.
지난 3월 14일의 수지지구 순교자현양대회를 잘 마쳤습니다. 작년에는 6백여명이 오셨는데 올해에는 9백여명이 오셨습니다. 새 대리구장 주교님도 오셨고요. 그리고 수지지구 내의 복자단 170명이 복사복을 입고 미사에 참여하여 사제성소와 수도성소 육성에도 한몫을 했다고 여겨집니다. 오신 모든 분들에게 비록 도시락이지만 점심을 대접했습니다. 그 도시락은 주교님도 맛나게 잡수셨고요.
도리 신부님과 오메트르 신부님께서 순교하신 3월에 순교자현양대회를 성대히 거행하고 도리신부님의 순교일인 3월 7일과 오메트르 신부님의 순교일인 3월 30일에 성지에서 순교자 대축전례로 미사를 봉헌해서 정말 뜻깊은 3월이었습니다.(3월 30일이 월요일이어서 3월 28일에 순교기념미사를 드렸습니다).
3월의 어느 날, 성당 옆 잔디밭에 파란 새순이 눈에 띄었습니다. 반갑더라고요. 꼭 반면이지요. 그런데 아뿔사, 잡초였습니다. 잔디는 아직 올라오지 않아 누런데 파란 잡초가 그 틈을 비집고 나와 더 도드라졌습니다. ‘봄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따뜻한 날도 잠깐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곧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잔디의 새순이 기대를 걸 만큼 크지 못하고 일주일 늦은, 봄비가 후유했습니다. 그걸 보다가 문득 은총도 비슷하다고 여겨졌습니다. 늘 잡초처럼 유혹이 먼저 꿈틀대니까요. 그래도 견디면 더디기는 해도 분명 잔디의 새순처럼 은총이 돋습니다.
봄이 되어 삶이 살아나듯 부활을 맞아 우리의 삶도 활짝 피어나기를 희망합니다. 환경적으로 성지로 바뀌고 있습니다. 오메트르 성터는 고양이들과 많은 순례객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서 쉽터 앞 잔디밭에서 일광욕인지, 광합성인지를 하는 교우들이 많습니다. 별이 잘 드는 명당이니 보내 손도 쉬는 쉼터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교우들이 자주 오시는 만큼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쉼터로 가는 길에 징검다리처럼 돌을 깔고 손길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부활절은 귀한 선물이 옵니다. 그동안 전례 중 제 역할을 해준 오르간이 수명을 다했습니다. 중고로 우리 성지에 와서 20년 동안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애정으로 오르간과 함께 해 온 반주자들에게는 서운하겠지만 AS조차 불가능한 상태라서 이제는 그만 쉬게 하겠습니다.
대신 새 오르간이 부활절을 맞아 성지에 옵니다. 너무나 고마운 가격에 오르간을 제공해 준 코스모스 악기사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인 저는 물론 연주하는 반주자들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미사정례에 임하겠습니다.
부활팔부 내 화요일에는 드디어 성모상을 모십니다. 부족한 우리의 기도와 정성을 마리아께서 대견하게 받아주시기를 청합니다. 그리고 가브리엘 천사가 성령으로 인한 구세주의 잉태를 들으셨을 때의 망설임과 그를 넘어선 순명을 우리가 본받기를 기대합니다.
손골 마리아상 축복식은 성모성월인 5월의 첫 토요일, 성모신심미사와 함께합니다. 성지에 오신 교우들이 본연의 순례자 정신과 본연에 대해 마리아와 함께 마리아 안에서 은총과 위로받기를 바랍니다. 오랜 시간 깊은 묵상과 최선을 다해 조각에 임해주신 작가 한진섭 요셉 선생님께 진심을 담아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성지는 나날이 순례객이 늘고 있습니다. 한 개였던 주차장을 세 개로 늘렸지만 주차장이 부족한 날은 토요일이나 주일만 아닙니다. 그런데 낮은 사막일 뿐 잔디밭을 주차장으로 열고 있습니다. 잔디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열방형으로 하고 전용 출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출구에 주차 차단봉을 새로 설치했습니다. 이를 없이 설치를 해준 테크 회사에 감사를 드립니다. 참고로 1주차장 입구에 먼저 만든 주차 차단봉은 철거해 주신 것입니다.
우리 성지는 소박하고 빛도 많지만 이 귀한 분들, 그리고 후원자 여러분처럼 꾸준히 봉헌해주시는 은인들로 인해 유지 발전되고 있습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가 지은 잘못과 앞으로 지을 잘못마저도 그 죄값을 치르셨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답하며 살겠습니다. 나 또한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등에 지고 해주고 살면서 기쁘게 살며 주님의 평화를 살겠습니다.
고마운 후원자 여러분,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손골성지에서, 다미아노 Dre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