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골편지 열네 번째
예전에 남수단 선교지에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뜨겁더라구요. 한낮에는 50도까지 솟구쳤습니다. 그곳 친구들도 낮에는 꼼짝하지 않다가 해가 좀 기울어야 동네에 사람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도 온도는 쉬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잠시 마실 다녀온다고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왔는데 아글쎄, 그 잠시 동안 목 뒤에 땀띠가 나버렸습니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들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선교사로 살고 있는 신부들은 정말 고생스럽겠다고 여겼습니다.
더우시지요? 정말 더운 날씨입니다. 그나저나 비 피해는 없으셨는지요? 더위는 더위대로, 비는 비대로 위력을 발휘하는 올해입니다. 다들 큰 피해 없이 여름이 지나가기를 기도드립니다.
지난달 성지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보강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혹여나 있을지 모르는 국지성 강우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기에 대비를 했습니다. 이미 2년 전에 큰 물이 지나간 적이 있기에 준비하고 또 준비해도 모자람은 없을 거란 생각입니다.
함께 작업한 인부 중에는 우즈베키스탄 친구들이 있는데 건강하고 성실해서 믿음직스러웠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돈 많이 벌어서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들에게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이런 표현이 어울릴까 싶기도 하지만 성지에는 성수기와 비수기가 엄연히 존재합니다. 아무래도 이렇게 더운 날에는 순례 교우들이 적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거기에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면 미사시간에 성당은 아주 여유롭습니다.
그런데 이 무더위와 궂은 날씨를 뚫고 성지를 찾는 교우들이 고맙게도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처럼 감사한 후원금을 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매달 교무금을 내는 신자가 없는 성지의 특성상 한여름은 수입이 줄어 가을 순교자성월까지는 보릿고개처럼 버텨야 합니다. 당연히 다른 성지들도 처지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작년보다 기온은 올랐지만 봉헌도 올라서 숨통이 트입니다. 이 더위에 이곳까지 와주시는 교우님들께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우스갯소리 하나 해드릴까 합니다. 한번은 성지 순례를 온 부부가 계시기에 어디서 오셨냐고 물었습니다. 부산이라고 하시며 이곳 손골성지가 두 번째 방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전국 성지순례를 이미 다 완료하시고 다시 시작하시는구나.’ 정말 훌륭한 교우를, 그것도 부부를 만난 것이지요.
그런데 그분들의 대답은 기가 막혔습니다. “얼마 전 이곳 손골 성지를 오기는 했는데 그만 도장 찍는 것을 까먹어서 도장 찍으러 다시 왔습니다.” 세상에…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아예 도장을 가져가셔요.”
며칠 전 어느 부부는 전국 성지순례, 그 긴 순례의 끝을 이곳 손골성지에서 감사 미사로 마무리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그 부부의 두 아드님은 사제입니다. 부모님이 가시기 어려운 먼 곳은 형제가 번갈아 가며 모시고 다녔다고 했습니다. 참 그 부모에 그 아들들이이지요. 그 감동의 시간에 저도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날은 덥고 습하지만 그래도 8월 중에 성지 한 곳 정도는 순례하시는 것이 어떠실런지요? 어떤 복달임보다 기운을 솟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작은 성지를 방문하시면 숨 죽은 배추같은 성지 신부에게는 소나기보다 시원할 겁니다.
모쪼록 건강히 그리고 싱싱하게 여름을 보내시기를 기도드리며 9월 순교자 성월에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손골성지에서 다미아노 신부 Dream
원한 소나기같은바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