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골편지 열한 번째
1984년 5월 6일은 우리나라 103위 성인들이 시성된 날입니다. 시성식이 바티칸이 아닌 곳에서 열린 것도 처음이고 교황님이 우리나라에 온 것도 처음입니다. 많은 치명자를 낸 절두산과 새남터의 근처 여의도에서 성인으로 선포되었는데 중학생이던 저도 참석했습니다. 그날 시성된 프랑스 선교사 두 분이 머물렀던 손골은 그분들의 순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1966년 성지로 선포됐습니다.
피에르 오메트르는 1837년 프랑스 앙굴렘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오메트르는 사제가 되기를 원했지만, 그의 본당 신부님은 신학교 추천서를 써주지 않았답니다. 왜냐하면 오메트르는 엄청 착하기는 했지만, 신학공부에 꼭 필요한 라틴어를 가르쳐주면 맨날 잊어먹어서 결국 신부님이 라틴어 수업을 포기하고 말았답니다.
그러나 오메트르는 절망하지 않고 매일 아침마다 4km를 걸어 어느 선생님에게서 라틴어를 배웠습니다. 그 근면함과 사제성소에 대한 열망을 본 본당 신부님은 추천서를 써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한 오메트르는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는데 기억력이 안 좋은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겸손하고 순종적인 오메트르를 모두가 사랑했습니다.
그는 1862년 6월14일 사제서품을 받고 이듬해 6월 23일 조선에 입국했습니다. 오메트르 신부님은 손골 교우촌에 머물며 적응기를 가진 후 충청도 지역에서 첫 사목을 시작했는데 모든 교우들은 신부님의 신심과 목자로서의 헌신에 감복하여 애정으로 따랐습니다.
1866년 병인박해가 시작되자, 신부님은 교우들에게 ‘비천주교인들에게 공개적으로 천주교 신앙을 고백할 시간이 왔다’고 말하며 포도청에 자수했습니다. 신부님은 혹독한 심문과 고문을 모두 견뎌내고 갈매못에서 순교하셨는데 놀랍게도 본인의 처형일을 3월 30일로 요구했습니다. 병인년의 성금요일이 바로 3월 30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순교를 앞두고도 다른 사람들을 격려했다고 하며, 육신의 생명은 잃었어도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살아 있었다고 합니다.
도리 신부님은 1839년 프랑스의 탈몽에서 태어났습니다. 가난하지만 신심 깊은 부모 밑에서 신앙 교육을 받은 도리는 신학교에 입학합니다. 교구 신부가 되는 신학교였는데 도중에 파리외방전교회 신학교로 전학을 갑니다. 이 과정에서 건강의 이유로 반대가 심했지만 본인의 강력한 의지로 뜻을 이뤘다고 합니다.
1864년 5월 21일 사제가 되고 서품 두 달 후 조선으로 출발합니다. 뱃길로 중간 기착지인 홍콩에 도착하기까지 두 달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5월 27일 백령도를 거쳐 충청도에 무사히 상륙합니다. 당시 조선대목구장 베르뇌 주교님은 오메트르 신부님처럼 손골 교우촌에서 조선말과 글, 문화등을 익히며 건강을 추스르라고 지시합니다. 그러나 이듬해 그 무시무시한 병인박해가 시작되고 배교자의 밀고로 베르뇌 주교님이 붙잡히셨다는 소식을 들은 도리 신부님은 함께 지내던 교우들을 급히 피신시키고 홀로 포졸을 기다립니다. 봄이 오던 2월 27일 체포되고 3월 7일 한강 새남터에서 순교하는데 조선에 온 지 겨우 10개월만이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기록이 있습니다. 순교치명 이틀 전인 3월 5일의 문초에서 고향인 프랑스로 보내주겠다고 하자, “죽었으면 죽었지 돌아가지는 않겠다.”라고 했으니 조국이 아니라 천국으로 가겠다고 답한 것입니다.
‘교회는 순교자의 피 위에 피는 꽃’이라고 했습니다. 비록 28세와 26세의 나이로 순교한 오메트르, 도리 신부님이지만 덕택에 한국 천주교는 활짝 꽃 피게 됐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멀리 한국까지 그리고 이곳 수지 손골성지까지 와주셔서…
목자인 저나 신자인 여러분이나 목숨 걸고 신앙을 지키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위해서, 주님의 공동체를 위해서 순명과 희생은 할 수 있고 그럼으로 우리도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습니다. 순교자현양대회를 통해 오메트르 신부님과 도리 신부님의 순교 정신을 새기고 나를 낮추고 감추어서 하느님을 내세우는 신자가 되기를 다짐하며 신부님들의 전구를 청합시다.
성 오메트르 신부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도리 신부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5월 10일 상현동성당에서 있을 순교자현양대회에 후원회원님들을 초대합니다.
